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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컵핑이 커피의 기준을 만드는 과정

hanbit7 2025. 12. 16. 08:52

커피 컵핑은 단순히 커피를 맛보는 행위가 아니라, 커피의 품질과 개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된 감각 훈련 과정입니다. 로스터, 바이어, 품질 관리 담당자들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한 기준으로 커피를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방식은, 커피 업계에서 일종의 공용 언어 역할을 합니다. 흔히 ‘잉크 테스트’라고도 불리는 컵핑은 커피의 결점을 찾아내고, 향미의 방향성과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그 과정 하나하나에는 명확한 이유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커피 컵핑이 어떤 순서와 원리로 진행되는지, 왜 컵핑이 커피 품질 판단의 핵심 도구로 사용되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컵핑이 커피 업계의 공통 기준이 된 이유

커피는 산지, 품종, 가공 방식,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농산물입니다. 이처럼 변수가 많은 재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이나 추출 기술을 최대한 배제한 표준화된 방법이 필요합니다. 컵핑은 바로 이러한 필요에서 탄생한 평가 방식으로, 커피를 가장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처럼 기술이 개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커피의 본질을 확인하는 것이 컵핑의 핵심 목적입니다. 컵핑에서는 동일한 분쇄도, 동일한 물의 온도, 동일한 추출 시간, 동일한 비율을 사용해 여러 샘플을 동시에 비교합니다. 이를 통해 특정 원두가 가진 향미의 차이, 결점 유무, 전체적인 밸런스를 상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맛있다’는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어떤 향이 느껴지는지, 어떤 결함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커피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컵핑은 일반적인 시음과 달리, 매우 집중된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향을 맡고, 표면의 크러스트를 깨며, 소리를 내어 커피를 흡입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향미를 최대한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한 감각적 장치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컵핑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커피 자체를 평가하는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컵핑은 커피 거래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두를 구매하거나 계약을 체결할 때, 로스터들은 컵핑을 통해 커피의 품질을 확인하고 가격을 결정합니다. 이때 컵핑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다음 본론에서는 이러한 컵핑이 실제로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커피 컵핑이 진행되는 실제 과정과 감각의 흐름

커피 컵핑은 준비 단계부터 이미 평가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동일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각 커피 샘플은 같은 로스팅 포인트로 로스팅되고, 컵핑 직전에 동일한 분쇄도로 갈아집니다. 분쇄도는 핸드드립보다 약간 굵은 수준으로 설정되며, 이는 과도한 추출을 방지하고 커피의 기본적인 향미를 안정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분쇄 직후에는 컵에 담긴 커피 가루의 드라이 향을 맡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이미 커피의 신선도와 1차적인 향미 특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약 93도 전후의 뜨거운 물을 커피 가루 위에 붓습니다. 이때는 저어주지 않고 그대로 두어 커피 표면에 ‘크러스트’라 불리는 층이 형성되도록 합니다. 이 크러스트는 추출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와 미세 입자가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컵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약 4분 정도가 지나면 평가자는 스푼으로 크러스트를 깨며 향을 맡게 되는데, 이 순간 가장 강렬하고 집중된 향을 경험하게 됩니다. 크러스트를 깨는 행위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커피의 핵심 향을 확인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크러스트를 제거한 후에는 커피가 약간 식기를 기다립니다.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는 혀가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온도로 내려간 후 본격적인 테이스팅이 이루어집니다. 컵핑에서는 커피를 조용히 마시지 않고, 스푼으로 커피를 떠 강하게 흡입하는 방식으로 마십니다. 이때 나는 소리는 의도된 것으로, 커피가 입안 전체와 비강으로 동시에 퍼지도록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향과 맛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 과정에서는 산미, 단맛, 쓴맛을 순차적으로 느끼기보다는, 전체적인 인상을 먼저 파악한 뒤 세부 요소를 분석합니다. 산미가 어떤 성격인지, 단맛이 자연스러운지, 바디감은 가벼운지 묵직한지, 후미는 깔끔한지 길게 남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또한 결점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곰팡이 향, 종이 맛, 탄 맛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느껴진다면 이는 명확한 결점으로 기록됩니다. 컵핑에서는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샘플을 반복적으로 비교합니다. 이를 통해 상대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특정 커피의 위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이 비교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컵핑이 단순한 시음이 아니라 ‘비교 평가’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같은 조건에서 비교했을 때 어떤 커피가 더 선명한 향을 가지는지, 어떤 커피가 더 균형 잡힌 구조를 가지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컵핑은 커피의 개성을 과장 없이 드러내며, 로스터나 바이어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컵핑에서 높게 평가된 커피는 로스팅과 추출을 통해 그 장점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컵핑에서 드러난 단점은 이후 과정에서 보완하거나 피해야 할 기준이 됩니다.

컵핑은 커피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정직한 방법입니다

커피 컵핑은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커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기술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조건만으로 커피를 마주하기 때문에, 커피가 가진 본래의 성격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이 과정에서 평가자는 자신의 취향을 잠시 내려놓고, 커피 자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듣게 됩니다. 컵핑을 통해 커피를 경험하다 보면,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됩니다. 단순히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커피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로스팅하면 좋을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커피를 소비하는 단계에서, 커피를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또한 컵핑은 커피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커피를 깊이 있게 즐기고 싶은 분들께도 매우 유용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컵핑을 통해 향미를 구분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 마시는 커피에서도 훨씬 다양한 맛을 느끼게 되며, 자신의 취향 역시 점점 명확해집니다. 결국 컵핑은 커피의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며, 그 기준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정직한 감각에서 출발합니다. 커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컵핑은 가장 확실하고도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어줄 것입니다.